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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Londonsanderstrip 2023. 3. 25. 11:07
여행 계획을 짤 때 런던은 없었다. 유로도 안쓰고, 충전기 모양도 안맞고, 런던에 대한 환상도 없고 (차라리 에딘버러가 궁금하면 궁금했지. a.k.a. eversmann's diary) 여러모로 귀찮을 것 같았기에...
그런데 이름이 영국이라서 다녀오고 싶어졌어. 진짜 이름 때문에 여행가는 곳은 처음인데. 이것도 나중에 시간 지나 보면 열어보고 싶지 않은 인생의 한 페이지 되겠지. 영국 좋아.
여차저차 히스로까지 도착했다. 시간은 이미 밤 11시가 다되어 간다. 이제서야 히스로공항 말고 시티공항으로 표를 알아볼걸 하는 ㄷ신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다 위엄찬 한국 여권의 힘으로 잠깐 국뽕 충전.
너도 힘들지. 비맞고 캐러셀에서 뽈뽈뽈 기어나오는 내 가방 너무 처량해보였다. 내가 다 미안해.
아침까지는 기분 청순해졌다고 날았는데. 어젯밤 파리에서 숙소까지 걸어 들어갈 때와는 다른 피곤함. 스트레스. 머리는 왜 저러고 있으며...
사진빨에 속았던 런던 첫 숙소. 배고프다. 들어오니 이미 12시가 넘어가지고... 체크인한 날 체크아웃하게 생겼다.
저녁은 배달. 피자 받고 들어오면서 하던 잡생각. 내가 20세기에 여행했으면(아니고 21세기 초반이라도), 파리에서 런던 오는 기차가 취소된 걸 기차 역에서 알았더라면, 밤에 도착한 낯선 도시에서 가게는 다 닫았는데 배가 고팠다면. 아무것도 못하고 서울 오고 싶어서 쳐 울고 자빠지진 않았을ㄲㅏ... 모든 게 온라인으로 연결되는 세상이라 어찌저찌 비행기도 알아보고, 밤 늦게 식사도 시켜서 먹고. 세상 살기 너무 편한거 아닌지 감탄하며 피자를 먹었다. 나는 나중에 무엇으로 밥 벌어먹고 살지 걱정도 하고 생각도 하고.
날씨 정말 좋아. 체크아웃 하기 전 수영장도 들렀는데 다 귀찮아서 사진도 안찍고 그냥 조금 놀다 나왔다.
숙소는 카나리 워프에 있었는데, 여기는 살짝 분당과 여의도를 섞은 것 같네.
런던에서 일정이 2박 3일이긴 했어도, 마지막 날은 아침 비행기로 이동할거라 처음부터 2일짜리 여행이라 생각했다. 어제 오슬로에서 1일 까먹어서 정작 있는 시간은 40시간도 안된다. 이걸 이제서야 안 것도 충격.
대영박물관, 전시도 잘 보고 나오긴 했지만
전시보다 산세리프 잘 사용한 안내문이 더 재미있었다. 이 세상이 모두 볼드한 헬베티카 세상이였으면 좋겠다.
2012년에 처음 갔던 홍콩에서, LOOK RIGHT를 보고 홍콩 참 친절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영국의 영향이란 것을 10년만에 알았지.
튜브는 정말 튜브처럼 생겨서 튜브라는 것도 이제 알겠다.
사실 이거 보러 런던 왔어. 사진만 찍고 나오려다가 정작 내가 재미있어서 시간 다 쓰고 나왔다. 화력발전소를 철거하지 않고 다시 사용하는 갤러리. 서울에도 문화역서울이나 서울도서관처럼 옛 것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장소가 있지만, 테이트 모던은 그 중 제일 활발한 공간이 아닐까 생각. 저 쨍한 주황색부터 재미있다.
나 이런거 좋아하네.
내가 고집 수준으로 좋아하는 게 뭔지 최근에 알았는데, '의미없는 곡선 없는 디자인'을 좋아한다. 수직-수평 맞는 공간 보면 마음이 놓인다. 살작 사이코패스 초입 단계인가 싶기도 해.
괜히 염병떤다고 와인 한잔 시키고 앉아있다 퇴갤!
감흥없는 타워브릿지.
진짜 감흥 없어보인다.
날씨 때문인가 기분 때문인가 그냥 음산해 보였엉...
버킹엄 궁전은 늦게 가서 문도 닫혔네.
차라리 공원 걷는 게 더 재미있었다!
홈플러스 런던 지점.
날씨도 짖궂고 체력도 달리고, 역시 영국은 나한테 힘든가봐.
아침 비행기를 위해 개트윅 공항 근처로 옮긴 숙소. 목요일인데 이제 토요일까지 숙소 없다. 마지막으로 푹 자야한다.
맛있는 명태전.
다음 도시는 프라하. 뭐 한것도 없는데 비상구열 앉혀줘서 편하게 왔다. SAS 보다 이지젯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