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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derstrip

2023 Praha

언젠가 스무살 때. 광화문 교보에서 여행책을 보고 있다가 무작정 샀던 책 중 하나가 론리플래닛 프라하편이였다. (다른 하나는 싱가포르)

 

사놓고도 언제가보나 하고 있다가 이번 유럽에 하루 끼워가야지 싶었는데, 이게 내가 한 여행 계획 중 첫번째 실수. 최소 하루 더 끼워넣을 걸 지금도 후회가 된다. 

 

대한항공이 프라하 공항에 손 댄 곳이 많아서 한글 안내가 잘 되어있다고 들었는데, 최근엔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한글을 볼 수 없었다. 아니면 환승구역 안에만 있나?

 

역시 날씨가 안좋군. 심지어 공항버스도 제 시간에 안와줬다. 다른 관광객들이랑 눈치 싸움 하다가 40분 늦게 도착한 버스 타고 시내로.

 

프라하 중앙역에 짐 맡기고 슬금슬금 걷는데 오 내가 생각하던 편견 속의 유럽 모습은 프라하가 제일 닮아있다. 

 

푸틴은 뭐 먹고 살고 있으려나?

 

그래! 내가 생각하는 유럽은 이런 거 + 그리고 화장실 갈 때마다 동전 챙기느라 성가신 나라들 이였다구. 프라하에서는 몇 번 바지에 지릴 뻔 했다. 스타벅스가서 괜히 병음료 사먹고 화장실 간 게 무슨 일이야. 그리고 더 아까운 건 방금 화장실 갔다 왔는데 또 신호올 때. 진짜 내가 사람만 아니였으면 어디든 지렸다...

 

지금까지는 비가 와도 나다닐 수 있게 내렸는데, 갑자기 비가 퍼붓는다. 마지막날까지 날씨 좋은 날이 없다며... 담배 하나 하고 성당으로 피신했다가 한시간 정도 후에 나왔다.

 

심술난 채로 걷는데 뭔가 하늘 낯빛이 변하더니

 

갑자기 눈부시게 볕이 든다. 성당에서 투정부려서 그랬나... 너무 고맙잖아.

 

우왕... 날씨 ㄱㅐ좋아졌다... 마지막 날 정도는 이래줘야지. 

 

프라하 성. 유럽에서 본 중 제일 멋있는 장소였다. 비도 잠깐 와주셔서 바닥도 매끈하고 성 외벽도 채도가 높아지고. 이건 누군가 설계한 일인가 싶을 정도로 좋았다. ㄱㅐ 좋았다.

 

갑자기 인류애가 솟아 걸어다니는 사람들도 사랑스러워 보였던 기억.

 

프라하 성 보고 나와서 체코뽕 가득 차있는 중. 갤러리가 있길래 계획 없이 들어갔는데 세상 이런 깜찍한 장소가 있었다니.

 

전시 규모가 크진 않았는데 영상으로 진행하는 전시가 있었고 3편 다 보고 나오느라 시간 많이 썼다. 

 

간단하게 이른 저녁까지 마치고 퇴갤! 음식은 그냥 그런 것으로... 😊

 

진짜 내가 생각하던 유럽의 모습이라서 프라하가 좋았어.

 

냉탕과 온탕 같은 조명이라 찍었던 사진.

 

이 곳은 동네 전체가 극장인가 싶은 멋있던 조명들. 여기서 걸으면 서로가 너무 예쁘게 보일 것 같아서, 없던 사랑도 생겨날 것 같다.

 

여행 와서 겉만 핥은 수준이겠지만 유럽뽕 너무 세게 맞았다. 사진 보는 지금도 너무 좋아.

 

 

 

파우더 타워 근처 골목을 걷다가 만난 인싸 형아들. 사진 찍는 모습하니 신나서 손 흔들어주던데 너무 귀여워서 조금 십덕사하고 깨어났다.

 

물가고 저렴하고 귀여운 인싸 형아들도 있는 이 곳에서 다시 프랑크푸르트로 돌아가야 하는데, 하루만 더 계획할 걸 후회가 계속 되었다. 여기도 미련 하나 남겨두고 심야 버스타고서 꾸벅꾸벅 졸아가며 프랑크푸르트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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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지 2주가 다 되었는데도 아직 여행하며 느꼈던 감정들로 살아가고 있다. 출근하기 싫기도 하고(?), 일하면서 빡센 순간 있어도 이 때 있었던 일 생각하면서 피식 웃고. 담배 한대 하면서도 사진 보고 좋아하고. 6개월 정도는 유럽뽕 맞은 채로 지낼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