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매직 키보드 시리즈의 조상이라 (이건 USB 연결로 작동한다.) 볼 수 있는 유물인데, 내가 폴리카보네이트 맥북을 쓸때부터 맥북 에어, 지금의 맥북 프로까지 오면서 고장 한번 없이 잘 동작하는 기특한 키보드.
키보드는 문제가 없었고, 흰둥이 맥북일때는 같이 두면 예쁘기만 하던 이 키보드가 이제는 스페이스 그레이로 물들은 내 책상에서 거슬렸다. 몇날 며칠 이 조합과 어울리는 키보드를 찾아봤는데 마음에 드는건 비싸고 안비싼건 마음에 안들고 적당한건 윈도우키만 박혀있는...
게중 가장 갖고 싶었던 키보드는 텐키리스 매직 키보드였는데, 그건 검은 색깔로 안나오고 뉴매릭 키패드 버전은 적당하지 않은 가격과 + 그럴거면 '차라리 지금 쓰는 키보드를 색칠하고 말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칠했다... 분해는 안쓰는 카드로 키캡의 위를 찌르고 아래를 누르면 뽀각- 하고 빠진다. 적당히 다른 블로그들의 분해기를 보면서 글로 배우고 바로 분해를 했는데 여기서 키캡 몇개가 장착 방향이 달라서 애를 좀 먹었다.
기억하는건 esc, 펑션키 (맨 위에 F로 시작하는...) 들, 방향키, ~, \ 이 키들은 키캡을 분해할 때 위가 아닌 왼쪽에서 찌르고 분해를 해야하는 것. 몰라서 X자 지지축을 부러뜨릴 뻔 했다... 누군가 맥북 키보드 보고 바퀴벌레 다리같은 내구성이라고 했는데, 이해가 갔다. 아마 이 키 말고도 몇 개 더 있었던 것 같다.
도색하기 전에 표면에 있을 이물질을 간단하게 씻어두는게 얼룩덜룩해지지 않고 좋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그냥 새 매직 키보드를 사는게 가장 좋다.
그리고 키캡을 분해할 때 다른 키들은 상관 없지만 방향키는 뒷면에라도 방향을 알아볼 수 있게 써뒀으면 더 편했을 것 같다. 돌리면 왼쪽이고 돌리면 아랫쪽이니 헷갈린다. 키캡의 힌지를 보고 맞출 수는 있지만 그냥 적어두세요.
또 한가지 알게 된 것. 이 키보드에는 나사가 없다. 뒤에 고무 다리 떼어내면 당연히 있을 줄 알았던 나사가 없다. 찾아보니 접착제로 붙어있는 구조인데 열로 녹여서 떼어내도 접착제가 너무 강해서 키보드가 휘어버린단다.
나사 돌려서 분리만 됐으면 먼지 털고 그냥 칠했을텐데... 혹시나 안에 스며들거나 고무 돔에 묻고 스프레이랑 만나서 딱딱해질까봐 하나씩 마스킹 테이프로 ㅈ랄을 했다.
스프레이로 도색하는 과정까진 못찍었다. 키보드 틀을 먼저 칠하고 마르길 기다리면서 이제 키캡을 찾기 좋게 배열한다. 키캡을 종이에 올려두고 바로 칠하면 분명 페인트가 종이에 달라붙어서 키캡을 떼어낼 때 좋은 꼴을 보여주지 않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종이랑 키캡을 띄워둘만한 뭔가 없을까... 보니 점토를 사와서 사진처럼 붙여놨다. 저러고 종이에 누르면 적당히 균형도 잘 잡히고 스프레이 힘에 밀려나지도 않을 것 같았다. 도색 끝날때까지 계속 물렁한 상태로 있어서 떼어내기도 쉬웠고 언젠가 다음에도 이러고 있을 거라면 아마 점토를 또 쓸 것 같다.
잘 구워진 김. 이 아니고 키캡에 점토 붙이는 사이 15분 정도 시간을 두고 2번 칠한 키보드 틀이 대충 말랐다. (이 말은 점토 붙이는 시간이 길었다는 말이다.) 마스킹 테이프를 대충 붙여서 고무 돔에도 묻긴 했는데 결과로만 보면 문제가 없다. 아예 안했어도 되었던 걸지 저렇게라도 붙여놔서 문제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물방울이 맺혔지만 음...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똑같이 15분 정도 시간을 두고 2번 칠해준다,
조립은 분해의 역순. caps lock 키에 LED가 들어와서 살려보겠다고 구멍을 냈는데 망했다. 여기까지 봤다면 알겠지만 키캡의 프린트는 당연히 없어졌다. 돈주고 무각 키보드도 산다는데 그런거라 생각한다.
색깔이 내 생각에 너무 근접하게 나와서 놀랐다. 애플에서 스페이스 그레이 색을 만들 때 이렇게 만들진 않겠지만 3만원 정도는 더 받을 수도 있겠다고 느낀다.